Godox V1를 사다
늦게 일어나는 습관으로 인해 일몰이나 새벽에 사진을 자주 찍는데,
이때는 광량이 부족하기 때문에 배경과 피사체 간의 노출 차이가 커 결과물이 역광 사진처럼 나오는게 부지기수였다.
사람의 눈은 배경과 피사체 둘의 노출을 적절히 조절하여 정확하게 인식하는데, 카메라는 그렇지 못한가보다.
배경에 맞추면 피사체가 어두워지고, 피사체에 맞추면 배경이 밝아진다.
라이트룸으로 보정을 열심히 해봐도 눈으로 보는 것처럼 만드는 건 무리같다.
어두운 피사체를 보정으로 밝게 만들면 배경과 피사체 간 경계선이 어색해지고, 노이즈가 심하다.
밝은 배경을 보정으로 어둡게 만들면 그냥 어두워지지 색이 살아나질 않는다.
보통 실내에서는 형광등이 아무리 밝아도 광량이 태양광 수준의 절반에도 못치는 것 같다.
일본에 놀러갔을때 찍은 음식 사진인데, ISO를 2500까지 올리고 셔터 스피드를 1/50s로 설정했음에도 불구하고 노이즈가 잔뜩 낀데다 색감도 하이라이트가 없는 칙칙한 것을 볼 수 있다. 라이트룸으로 보정을 했음에도 이렇다.
위 음식 사진처럼 찍고 싶은데, 실내에서는 형광등이 천장에 고정되어 있어서 톱조명 효과를 받게 되고 이 경우 대비가 옅어지고 카메라나 상체 그림자가 사진에 들어가기 일쑤다.
그렇다고 음식 들고 밖에 나가서 태양광이 전광(45도 방향) 효과를 내주는 시간대가 될때까지 기다릴 수도 없는 법..
조명을 구매하기로 결심했다.
조명에는 크게 지속광과 순간광이 있다.
지속광은 형광등처럼 상시 켜져있는 것을 뜻하고, 순간광은 셔터를 누를때 등 사진을 찍을때 그 순간에만 발광하는 것을 뜻한다.
컴팩트하고 만족스러울 정도의 광량을 지원하는 조명에 초점을 맞춰 열심히 웹서핑 해봤는데, 다들 Godox V1이나 Godox V860II를 추천하더라.
Godox V1은 카메라 슈에 연결해 쓸 수 있는 순간광, 스피드플래시이다.
중국제라 그런가 타사에 비해 가격이 많이 저렴하다. 네이버에서 20만원 후반대에 구할 수 있었다.
수년 전에는 10만원대로도 구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가격이 깡패라 그런지 한국에서 스피드플래시는 이 회사가 시장을 거의 다 먹은 것 같아보인다.
아무튼 Godox V1과 Godox AK-R1을 샀다.
Godox AK-R1은 쉐이핑 툴 세트인데, 쉐이핑 툴은 조명으로부터 나오는 빛의 방향이나 크기를 의도에 맞게 조절할 수 있는 장치이다. Godox V1에 맞는 쉐이핑 툴을 찾는게 귀찮아서 그냥 공식 악세사리를 사기로 했다.
제품이 은근히 무게감이 있고 투박하다. 이걸 카메라에 붙여도 되나 싶을 정도의 무게..
첫 인상은 좋았다. 이런건 처음 사봐서 그런건지 되게 신기한 기분이 든다.
슈에 있는 커넥터로 유선 연결이 되는 것으로 보인다. 별도의 연결 과정이 없다.
매뉴얼 모드, 멀티 모드, TTL 모드가 있는데 잘 모르면 TTL로 설정하면 자동으로 알아서 다 해주는 것 같다.
Godox V1을 연결하니 카메라 셔터 스피드를 1/160s보다 더 빠르게 설정을 못하게 끔 제한이 걸리는 것 같다. 플래시를 터뜨리고 끄는데 걸리는 시간 때문에 그런건가 싶다.
쉐이핑 툴은 자석이 내장되어있어 스태킹을 할 수 있다.
큰 피규어를 옆에 두고 비교를 해봤다. 조명을 끼우니 피규어보다 더 커졌다..
스피드라이트를 쓰니 ISO를 많이 낮출 수 있어서 좋다.
스피드라이트의 노출 설정을 올리면 더 밝게 찍히니 잘만 설정하면 ISO를 100으로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잘 산 것 같다.
당연한 것이겠지만.. 다이소 링라이트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충분한 광량이 참 마음에 든다.
이제 무선동조기랑 조명 스탠드를 사고 이리저리 굴려보면서 조명 구도를 익혀봐야지.